APKB, BITB, FTBC, EZBC, GBTC, DEFI, BTCO.
누군가 그저 발음하기 어렵게 나열한 듯 보이는 이 알파벳들은 실은 이제 막 따끈한 새 생명을 부여받은 코드예요.
현지 시간 기준 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초로 '현물'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의 출시를 승인했어요. 앞에 나열한 알파벳들은 그 최초 11개 ETF 중 일부 상품의 티커이고요.
비트코인 전망이 궁금하다면?
선물 아니고 '현물'
몇몇 분들은 이번 비트코인 ETF 출시 소식에 '분명히 몇 년 전 비슷한 기사를 봤는데'하며 고개를 갸웃거리셨을 거예요.
2021년 10월, 비트코인 선물에 기반한 프로셰어즈 사의 ETF 상품 'BITO'를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거래되었어요. 이후 나온 BTF, XBTF, BITS 등 몇몇 ETF 역시 모두 비트코인 선물에 기반을 둔 ETF였죠.
이번에 출시된 비트코인 ETF는 이처럼 선물이 아닌 '현물'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실물'이라고도 부르는 현재 기초자산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는 뜻이에요.
그럼 SEC는 어떤 이유에서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선물 ETF와 현물 ETF의 거래 승인 시점을 달리 허가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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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부터 현물까지, 10년의 역사
2013년, SEC에는 최초로 비트코인 기반 ETF 거래 승인 신청이 접수되었어요. 당시 SEC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자산 전반에 대해 관련 제도가 부실하며 사기나 조작에 취약하다고 판단하여 거래 승인을 거부했고요.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2021년이 되어 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를 승인했어요. 시카고 거래소(CME) 그룹이 공시하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현물을 적절하게 추적, 충분한 신뢰도를 가진다고 본 거예요.
다만 현물 ETF에 대해서는 그 입장을 달리 하며 거래 승인을 거절했어요. 거래소마다 천차만별인 비트코인 가격 탓에, 위험 요소가 많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요.
이러한 변동성의 배경에는 뉴욕증권거래소처럼 매매주문을 한데 모아 가격을 결정하는 중앙기관이 없다는 사실도 한몫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2023년 8월,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SEC의 현물 ETF 승인 거절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온거죠.
그로부터 5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SEC는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기반 ETF를 승인하는 이번 결정을 내린거예요.
ETF로 사야 할 이유
ETF 중에는 기초자산 직접 거래가 어려운 상품들도 많이 있어요. 탄소배출권이라든지, 금, 주가지수 등이 대표적인 예이죠. 그럼 비트코인은 직접 거래가 쉽지 않아서 ETF 상품으로 나온 걸까요?
가상자산은 아주 적은 금액으로도 거래할 수 있고,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요. 또 주식투자에서의 소수점 투자처럼, 금액이 부족하다면 자산을 쪼개어 소수점 단위로도 살 수 있고요.
오히려 ETF로 거래해야 할 경우에는 장 운영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건 물론, 운용사에 줘야 하는 보수 부담까지 있죠. 그럼에도 블랙록을 비롯한 미국 거대 자산 운용사들은 어떤 이유에서 SEC의 문을 두드린 걸까요?
그 배경에는 가상자산 투자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투자자를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요.
즉, '지갑'이라 불리는 개인별 가상자산 저장 주소 관리나 이를 토대로 한 가상자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현물 비트코인 구매 대행 서비스를 ETF의 형태로 출시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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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 전망은?
ETF 출시 전후로 시장 반응은 어땠을까요? SEC 승인을 앞두고 가상자산 시장은 현물 ETF 출시가 시장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거라 전망했어요.
그도 그럴게 현물 ETF 발매로 인해 새로 들어온 자금은,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하는 데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강력한 매수 의지를 가진 다수, 혹은 거대 참여자가 있다면 시장이 상승은 가속하고 하락은 어느 정도 제동을 걸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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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 전망은?
비트코인 ETF 출시는 기존 금융 상품 시장의 자금 유출을 유발하거나, 혹은 새로운 상품 발굴로 시장 활성화를 야기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실제로 ETP, 주식 등이 거래되는 금융 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까요?
미국 금융 시장을 대표하는 S&P500 지수, NASDAQ 종합지수 모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여요.
비트코인 현/선물 ETF나 비트코인을 부분적으로 보유 중인 미국 ETF의 투자 자금은 다 합해서 약 31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40조 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가 있어요.
어마어마한 규모 같겠지만, 미국 전체 ETF 규모는 9.6조 달러, 원화로는 1경 2천 조 원에 가까워요. 어림잡아 0.3% 남짓으로 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보여요.
우리나라 전망은?
한국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ETF를 거래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현물에 기반을 둔 ETF에 여전히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조 10항에서 나열하는 "기초자산"의 정의에서 가상자산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금융위원회는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같은 이유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가상자산의 선물은 거래되고 있지 않죠.